4 / 30 (월) 씨간장
저녁스케치
201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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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간장에 씨간장을 넣으면
엄마 맛이 난다
할머니 묵은내도 나고,
또 그 위에 기억 없는 할머니 손맛도 온다

엄마의 간장은 내게로 와서
짜지 않은,
다디단 맛으로 속삭인다
네 입맛대로 해
당신 입맛대로 살지 못한 엄마가
다시 속삭인다
네 입맛대로 해

햇간장에 엄마와 할머니들의 맛을 넣고
내 입맛을 찾아본다
지금은 햇살 사라지는 오후

임후남 시인의 <씨간장>


똑같은 조리과정을 거쳐 음식을 해놔도
어릴 때 엄마가 해주신 그 맛은 안 나요.
근데 엄마는 늘 그러시죠.
"노인네가 한 게 얼마나 맛있다고..."
가족 입맛에 맞춰 음식하다가도
'역시 그 맛이 제일이었어..." 하게 되는 게
엄마의 손맛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