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귀가 어두워진 남편
산기슭에 흘러내리는 흙과 같이 소리가 무너졌다
귀 검사를 해보라고 하면
필요 없다고 단호하게 마음을 닫아버린다
우악스런 말은 듣지 않고
부드럽고 고운소리만 골라듣는다
한쪽이 불편하니 다른 쪽도 따라 불편하다
겉으로는 열렸어도
속으로는 닫혀버린 관계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면
고운 말에 싹이 나고
속삭임도 느낄 수 있으려나
오늘 귀가 좋아하는 말만 골라
한상 가득 차려 놓고 달래볼 참이다
가끔은 쓴말도 귀에 좋다고
슬쩍 먹여볼 참이다
김민자 시인의 <귀>
눈을 감고 뜨는 것처럼
귀를 여닫을 수 있다면 좋았을 거 같아요.
시끄러운 소음, 듣고 싶지 않는 잔소리,
내 마음 아프게 하는 말들에는 귀를 꾹 닫고
따뜻하고 고운 말에만
귀를 열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아마도 인간에게 그런 능력이 없는 건...
가끔은 듣기에 쓴 말이 약이 되기 때문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