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도 아니에요
두세 권 윗목에 놓고
쉬엄쉬엄 읽으며 살고 싶어요
많은 음식도 아니에요
상추 쑥갓 호미질하며
조용조용히 살고 싶어요
옷이야 아무려면 어떻겠어요
크면 줄이고
작으면 늘려 입지요
제가 참으로 원하는 것은
유리알처럼 영롱한 마음
죄 없이 저무는 하루이지요
그리고, 그리고 많은 노래도
뛰어난 노래도 아니랍니다
다만 꾸준히 부르면 그뿐
풀꽃 하나 새로이 피고
낙엽들 우수수 몰리는 저녁
행복도 쉬엄쉬엄 찾고 싶어요.
정숙자 시인의 <고독 속의 행복>
좋아하는 책 몇 권,
즐겨듣는 노래 몇 곡,
직접 기른 채소들로 차린 소박한 밥상...
작은 것에 만족하고 살면 그게 행복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