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했던 것들이 너무 빨리 옛날이 되고 말 때,
일말의 사심 없이 빗소리를 들을 때
옛날이 참 많았구나 너무 많은 걸 사랑했구나
계절 탓이었을 거다
누구의 탓도 아니었으니
그저 왔던 것이고
그쯤 멈춘 것이고
잎 지던 그날과 같이
누구의 탓도 아니지만
좀 더 아팠더라면 더 많이 괴로웠다면
옛날이 좀 더디 오지는 않았을까
잎 다 진 가지에 매여 함께 울어보는 밤
권영오 시인의 <너무 많은 것을 사랑했을 때>
이제는 모두 옛날 얘기지만
그 시절 사랑했던 사람, 우리가 좋아했던 음악,
같이 걷던 거리, 자주 갔던 가게... 가끔은 생각나죠.
그때 내가 더 사랑했다면,
아파도 괴로워도 피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좀 더 오랫동안 사랑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때 더 사랑하지 않은 까닭에
지금 더 많은 미련 속에 사는 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