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9 (금) 작은 것이 세상을 만든다
저녁스케치
2018.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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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위에 볼펜 지나가는 소리로 세상을 들을 수 있다면
강가 모래알이 오늘은 얼마나 더 작아졌는지를 말할 수 있다
밥상 위에 수저 놓이는 소리로 세상을 들을 수 있다면
오늘 하루 물속의 돌멩이가 냇물에 얼마나 깎였는지를 말할 수 있다
한 잎을 지나 다른 잎으로 가는 애벌레의 발자욱으로 세상을 걸어갈 수 있다면
이 세상이 연필 글씨처럼 아늑함을 말 할 수 있다
봉투를 뜯기 전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지혜가 아니라 사랑이다
오늘 돋는 풀잎처럼 내일을 기다릴 수 있다면
아궁이에 사위어 가는 재의 따스함을 말할 수 있다
세상을 만드는 작은 것들, 나비 날개소리 같은, 실바람 소리 같은,
제 살을 헐고 붉은 꽃을 내 보내는 꽃나무 같은.

이기철 시인의 <작은 것이 세상을 만든다>


세상이 이렇게
작은 것들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만하는 일도 없어질 것 같습니다.
너무 급하게 달려오느라,
높은 곳만 쳐다보느라,
정작 보고 들어야할 것은
느끼지 못한 채 살았던 건 아닌지 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