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가는 오리떼가 슬쩍 행렬을 바꾸어 가듯이
내가 너를 떠올림도 그러했으면
오리가 슬쩍 끼어든 놈에게 뭐라고 타박을 하듯이
내가 너를 탓함도 그러했으면
날아가는 오리 빨간 발이 깃털 속에서 나란하듯이
우리가 서로를 바라봄도 그러했으면
날아가는 오리떼가 한순간 휙 방향을 바꿀 때
마지막 한 놈도 그 꼬리를 놓치지 않듯이
내가 너를 마냥 떠올림도 그러했으면
높고 멀리 날아가는 오리떼가 그냥 정처 없음이 아닌 것처럼
내 그리움의 산정에서 동그마니 네가 기다려줌도 그러했으면
문성해 시인의 <그러했으면>
철새들은 태어나서
12시간~17시간 내에 본
엄마 아빠의 얼굴과 목소리
형제의 얼굴 이웃집 오리들의 모습을
평생 동안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하죠.
그때 생긴 규율 덕에 일제히 하늘을 날아오르면서도
일정한 대열을 갖춰 멀리까지 갈 수 있는 거라구요.
우리는 이별을 한 후에도
고무줄을 튕기듯 다시 돌아오길
영원히 잊지 않기를 소망하곤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