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를 안 한지
10년이 넘는 통장 잔금은
국고에 귀속되니 찾아가세요
고지서 한 장이
우체국에서 날아왔다
잔금 3880원
사랑도 그러한가
나 혼자만 몇 닢 그리움으로
해를 넘겨, 넘겨
이자를 불려왔다 해도
끝내, 그대가 붉은 인주 묻혀
마음 한 켠 꾹 눌러주던
그 목도장을 들고와
찾지 않는다면
그냥 잊혀지는 것인가
사랑은 없었던 것인가
가시라고 가랑비가 오나
나, 우체국을 찾아가네
있으라고 이슬비가 오네
고영민 시인의 <잔금, 3880원>
오래전 사랑했던 사람이
나를 까맣게 잊어버렸다고 생각하면 좀 쓸쓸하죠.
나 역시 오랫동안 잊고 살았고,
온 기억을 긁어모아도 그 무게는 짤랑대는 푼돈이지만...
어느 한 시절이 나 혼자만의 추억이 됐다는 건
조금 마음 허탈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