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즐겨 부르시던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산장으로
가신 지 오래, 살아오면서
자주 바꾼 내 십팔번은 아직까지
정확한 가사가 없어
여전히 그림자 벗을 삼는데
이곳 저곳 발길 내키는 대로 떠돌다가
휴게소 들리듯 잠깐씩 들리는
막냇동생 집, 큰딸 네 계시던
여든 넘은 어머니 와 계신다
가뭄에 콩 나듯 거는
전화 목소리만으로 들뜨시던 어머니
시큼한 냄새나는 옷 보따리 덥석 받으시며
침대로 무너지는 내 귓전에 대고
콧노래처럼 부르시는
십팔번 '밥 먹고 자라'
듣는 것만 으로도 배가 불러 오는
그 노랫가락
박동진 시인의 <십팔번>
젓가락 장단만 나오면
어김없이 나오던 아버지의 노랫소리,
얼굴보기 무섭게 나왔던 어머니의 잔소리가
이제는 구수한 노래 한 자락처럼 정겹게 들립니다.
어머니 아버지의 십팔번이
이렇게 아련해질 줄, 그때는 몰랐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