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15 (목) 고운 세살배기로
저녁스케치
2018.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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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앞서 설날을 연습하는 까치
설날색동옷 설빔 졸라서 미리 입어도
말 잘 들어 얻은 이름 고운 세살배기야

널도 뛰고 밤윷도 던져보고
가자가자 감나무, 오자나무 옻나무,
십리절반 오리나무, 따금따금 가시나무,
대낮에도 밤나무, 양반동네 상나무,
깔고앉자 구기자나무, 마당 쓸어 싸리나무,
가다보니 가닥나무, 오다보니 오동나무,
방귀뽕뽕 뽕나무, 데끼이눔 대나무,
참을 인자 참나문가, 칼에 찔려 피나문가…

보는 만큼 듣는 만큼 세상이 재미나는
아이로 돌아가 설날을 기다리며
까치설날 눈썹 셀라 잠 못 자는 세살짜리로.

유안진 시인의 <고운 세살배기로>


양손 가득 선물꾸러미를 든 사람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단란한 가족들에게서
아이 같은 설렘이 엿보이는 듯합니다.
동심을 깨우고, 사랑을 심고, 추억이 돋아나는 이 명절에는
세상 사람들 모두 고운 세 살 배기의 마음을 닮아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