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22 (목) 난, 삼천원짜리 국밥집을 하고 싶다
저녁스케치
2018.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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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나그네도 마음 놓고 외상으로 먹을 수 있는 곳
외상장부엔 국밥 한 그릇 삼천원,
대신 알아보기 쉽게 특징을 적어놓고
가끔 떠올려 보며 안녕을 기원할 수 있는
그런 비밀문서 같은 장부를 만들고 싶다
주머니 만지작거리지 않아도 거침없이 문발 밀고 들어와 아줌마!
여기 국밥 한 그릇 줘요! 깍두기 좀 넉넉하게 주쇼~!
싱싱한 소리가 푸른 나뭇잎처럼 뻗어 나가는 곳
남루한 옷도 주변 눈치 볼 일이 없으며
오랜 객지생활 끝내고 고향집에 돌아온 듯
고단한 일상을 흠뻑 땀으로 쏟아낸 후 휘파람을 불며
일터로 향할 수 있는 속정이 넘치는 국밥집을 열고 싶다
쓸쓸한 노인에겐 살가운 딸처럼
몽울몽울 흰 구름 한 스푼 넣고
커피 한 잔, 정성껏 저어 대접해 올리리라
그렇게 시린 속 데워갈 수 있다면,
어딘가에서 잃어버렸던 햇살 같은 평화
한 가닥 두르고 일어나는 곳
하루를 종횡무진 뛰어다녀도
아프지 않고, 맛있는 단잠에도 빠질 수 있겠다
별밤엔 그들의 땀 냄새와 가슴 아픈 이야기를
일기에 빼놓지 않고 쓰겠다
외로운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모이는 곳
(국밥 한 그릇 3,000원 무한리필)
현수막이 바람과 함께 춤추는 국밥집을 한다면 좋겠다.

채정화 시인의 <난, 삼천원짜리 국밥집을 하고 싶다>


요즘에는 하도 물가가 비싸서요.
글쎄, 삼천원짜리 국밥집이 있는지...
그렇게해서 수지가 맞을지 모르겠네요.
편하게 찾아가
싸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국밥집 하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까지 든든하게 만들던 옛 밥집같은 그런 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