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팔짱 끼지
않는다
팔꿈치를 올리고
어깨를 젖히며
상대를 제압하려 하지
않는다
나무는 팔짱 끼지
않는다
몸을 둥글게 말아 제 가슴만
움켜잡은 채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다
쉬익쉬익 북풍이
폭주족처럼 달려들어도
사춘기 아이 토닥여주듯
그래 그래
같이 흔들려 준다
눈 내린 새벽
시린 발을 한 쪽씩 털며
먼 들판을 바라보는
겨울새를 위해
나뭇가지를 조금
기울여 준다
시절인연들 바람처럼
떠나가면 두 팔을
활짝 벌려 하늘을
안아준다
서대선 시인의 <품>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팔짱을 끼고 바라볼 때도 많았습니다.
내가 가장 힘들다고 생각해
함께 흔들리기를 거부할 때도 있었죠.
이제는 어느 누가 찾아와도
함께 흔들려주는 저 나무처럼 그렇게...
그렇게 서로 의지하며 사는 게 맞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