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31 (수) 아주 오래된 동네-삼선동에서
저녁스케치
2018.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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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동네에는
아주 오래된 나무들 기우는 사이
아주 낯익은 방법으로 바람이 분다.
어느 쪽을 감싸려는 속셈인지 몰라도
낙산 등허리엔 늙은 성곽이 한 줄 수상한데,
고만고만한 어깨를 결어 집들은
처마 밑으로 골목을 지우고
바람마저 재운다.
눈썹이 길슴한 아이일까?
끝이 뻔한 리코더 소리
재개발처럼 흔들리는 저녁 무렵,
그런들 대수냐는 듯
아주 오래고 낯익은 방법으로
들창들마다 번져나는, 호박꽃 호박꽃 도라지꽃 호박꽃

이명찬 시인의 <아주 오래된 동네-삼선동에서>


옛 모습이 그대로 간직된 동네를 가면
낯선 동네에서도 익숙한 내음이 느껴지지요.
낮은 담장 사이로 난 좁다란 골목도 정겹고
아이의 서툰 피아노 소리도 반갑기가 그지없습니다.
이마저도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아주 사라져버리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