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싱크대가 자꾸 자라는 것 같다고 합니다
장롱도 키가 크는 것 같다고 허리 두드립니다
할머니 키가 작아져서 그래....
말하려다가 이불을 펴 드렸습니다
허리가 꼬부라져서 그런거야...
입술을 삐죽이다가, 싱크대 찬장
높은 칸에 놓인 그릇을
아래 칸에 내려놓았습니다
우리 손자 많이 컸다고
이제 아비만큼 자랐다고 웃습니다
쓰다듬기 좋게 얼른 머리를 숙입니다
이정록 시인의 <저 많이 컸죠>
부모는 자라는 아이들을 보며
세월을 피부로 느끼곤 하죠.
철부지라고 생각했던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컸을까’ 싶어 대견한데
나이 들어가는 내가 보여 서글프기도 하죠.
세월은 정말 유수와 같이 흘러만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