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3 (토) 오후 4시의 말
저녁스케치
2018.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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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서리가 깎여 둥글둥글해진, 그 말 속에 손을 넣어보면 흐르는 시간에 구르고 굴러 날카로움 다 버린 조약돌 하나 만져진다 사람들 가슴으로 스며들고 싶어 끊임없이 육지의 발목을 적시며 파도로 사는 말, 구차한 변명보다 적절한 침묵 같은, 어느 틈엔가 몸을 밀어 넣고 있다가 밝음과 어둠의 경계에서 서성이다가 흘러가 버리는 말들, 무엇을 하기에는 늦고 포기하기에는 빠른, 아직 내게로 오지 않은 생이 있어 발로 노을빛 물드는 저녁으로 돌아가야 하는 말, 햇빛의 온기가 남아있는 조약돌이 되어 온갖 뾰족한 것들의 이마를 다독여주고 있다

정용화 시인의 <오후 4시의 말>


오후 4시쯤은
약속을 새로 잡기에는 너무 늦은 거 같고
아무 것도 안 하고 집에만 있기에도 애매한 그런 시간이지요.
돌에 비유하면 바위도 모래도 아닌 둥근 조약돌 정도랄까요?
말로 따지면 그런 둥그스름한 말이 가장 편안한 말이죠.
적당한 온기로 뾰족한 부분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그런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