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26 (화) 겨울나무
저녁스케치
2017.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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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해지면 강해지는구나
꽃도 버리고 이파리도 버리고 열매도 버리고
밥도 먹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고
벌거숭이로
꽃눈과 잎눈을 꼭 다물면
바람이 날씬한 가지 사이를
그냥 지나가는구나
눈이 이불이어서
남은 바람도 막아 주는구나
머리는 땅에 처박고
다리는 하늘로 치켜들고
동상에 걸린 채로
햇살을 고드름으로 만드는
저 확고부동하고 단순한 명상의 자세 앞에
겨울도 마침내 주눅이 들어
겨울도 마침내 희망이구나

차창룡 시인의 <겨울나무>


앙상한 몸으로
찬바람과 맞서는 가로수들이
두꺼운 옷을 겹겹이 걸친 사람들보다
강해보일 때가 있습니다.

힘든 추위를 견디면
분명히 봄이 온다고 말해주는 듯,
고통 뒤에 희망이 온다는 것을
겨울나무는 그렇게 그렇게 가르쳐주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