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해서라면
너무 깊이 생각해 버린 것 같다
사랑은 그저 만나는 것이었다
지금 못 만난다면
돌아오는 가을쯤 만나고
그때도 못 만나면 3년 후
그것도 안 되면 어디
강어귀 물개의 집에서라도 만나고
사랑에 대해서라면
너무 주려고만 했던 것 같다
준 것보다 받은 것이 언제나 더 부끄러워
결국 혼자 타오르다 혼자 스러졌었다
사랑은 그저 만나는 것이었다
만나서 뜨겁게 깊어지고 환하게 넓어져서
그 깊이와 그 넓이로
세상도 크게 한 번 껴안는 것이었다
문정희 시인의 <사랑에 대해서라면>
첫눈에 반하는 사랑도 있지만
만나면서 정이 들어가는 사랑도 있죠.
사랑을 망설이던 대신
‘만나자’라는 말을 먼저 했다면
그때 그 사랑의 결말은 조금 달라졌을까요?
사랑이 스러진 자리에는 그저 미련만 남는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