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11 (목) 길치
저녁스케치
2018.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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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길을 묻는 사람들은 모른다
나도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모른다는 걸
눈썰미 좋은 이들이 한번에 찾아가는 길도
보이는 모든 통로를 다 지나가본 뒤에야
한 길을 선택하는 길치라는 걸
막힌 골목에서 머리 한번 긁고 돌아설 때
내게 화내지 않는 덕으로
지금까지 버텼다
어디로 가는지
언제 도착하는지도 모르지만
아직 걷고 있는 중이다
내가 아는 건
멈추지 않는다는 것
이 길도 끝이 있다는 것
오늘은 걷기에 날씨가 좋구나

전윤호 시인의 <길치>


길이 있어서 걷고
길이 막혀서 돌아 나올 뿐
인생을 사는 데 있어서 우리는
한 치 앞도 모르는 길치입니다.
그래도 걷다보면 나오게 되겠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가 닿길 원하는 그곳이
세상 어딘가는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