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어
그리운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다
발자국 소리만이 외로운 길을 걸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다
몸보다 더 지치는 마음을 누이고
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며 깊어지고 싶다
둘러보아도 오직 벌판
등을 기대어 더욱 등이 시린 나무 몇 그루뿐
이 벌판 같은 도시의 한복판을 지나
창밖으로 따스한 불빛 새어 가슴에 묻어나는
먼 곳의 그리운 사람 향해 가고 싶다
마음보다 몸이 더 외로운 이런 날
참을 수 없는 기침처럼 터져오르는 이름 부르며
사랑하는 사람 있어 달려가고 싶다
도종환 시인의 <눈 내리는 벌판에서>
사는데 급급해
만나길 미뤘던 가족들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날이 있지요.
“엄마!”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온가족이 환하게 나를 반겨줄 것 같은데...
“당신!” 하고 문을 열면
와락 하고 안아줄 것만 같은데...
현실은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처럼
우리를 놓아주질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