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만난 토끼가
어흥, 하고 입을 크게 벌리면
얼마나 좋을까?
토끼 이빨이 쑥쑥 자라나겠지
토끼 꼬리는 쑥쑥 길어질 거야
그때 호랑이 귀가 길쭉해지고
호랑이 꼬리가 짤막해지고
호랑이 발톱이 말랑말랑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토끼는 토끼여서
호랑이를 해치지 않을 거야
토끼는 눈만 깜박깜박할 거야
얼마나 좋을까?
호랑이가 깡충깡충 뛰어가도록
토끼는 가만히 길을 비켜주겠지
아, 얼마나 좋을까?
안도현 시인의 <호랑이를 만난 토끼가>
호랑이의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토끼처럼 순하게 쓸 수 있다면
세상이 얼마나 평화로워질까요?
나의 힘을 남을 헤치는 데 쓰지 않고
나의 권력을 남을 무릎 꿇리는 데 쓰지 않는
그런 세상은 진정, 올 수 없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