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4 (월) 시간이 닫히는 소리
저녁스케치
201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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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등 뒤에서 '꽝'하고 닫혔다
시간이 닫히는 소리는 지상에 없는 소리였다

막차를 기다리던 정류장에서
소나기를 피해 뛰어든 처마 아래서
기침 소리 거슬리던 도서관에서
사직서를 넣고 닫았던 책상 서랍에서
나는거두어졌다
사방에서 거두어지며 소리를 냈는데
아무도 듣지 못했다

시골집 은행나무 잎이 노란 소리로 물들 때
발꿈치부터 심장까지 뜬금없이 울렸고
노을이 뒷산을 넘어가며 울던 소리에도
가슴이 북처럼 울었다
마당 가득 떨어지던 감꽃의 소리를 세는 일에
눈물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할머니의 영정을 가슴에 안고 산을 오르던 길에
숲으로 도망치는 시간의 소리를 보았다
스무 살 친구의 뼈가 뿌려진 옥천 금강의 소리는
땅벌 쏘였을 때처럼 동심원으로 번져갔다

자고 일어나면 시간의 소리를 심었다
어떤 것은 잘 익었고
어떤 것은 오래도록 설익은 채였다
피우자마자 떨어져 침묵이 된 소리도 있었고
꽃 떨어진 바닥에 오목하게 소리가 고여 있기도 했다

시간이 등 뒤에서 '꽝'하고 닫혔다
소리꼭지 떨어진 자리마다
시간이 새 몸을 키우기 시작했다

천세진 시인의 <시간이 닫히는 소리>


크리스마스트리 곁에서 들리는 환한 웃음소리,
찰칵찰칵하는 카메라의 셔터음 소리,
송년회를 오고가는 사람들의 분주한 발소리...
이 모든 것들이 한 해가 닫히는 소리가 아닐까 싶으네요.
바쁘고 분주한 듯함 속에
한 해가 가는 아쉬움 목소리가
가득 들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