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5 (화) 먼지가 되겠다
저녁스케치
2017.12.05
조회 261
당신을 만나서
선생님이나 변호사, 검사나 약사, 의사나 화가
엄마나 아빠, 또는 그 무엇이
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먼지가 되어도 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내 아주 오랜 꿈은 먼지가 되는 것
아무도 모르게
남들 눈에 띄지 않게 폴폴
어딜 가야 한다는
무엇 되어야 한다는
그런 것 없이
그냥 이러저리 떠다니다가
빗자루에 휙 쓸려 쓰레기통에 담겨 버려지기도 하는
또는 운 좋게 어느 집 방구석에서
일주일이고 한 달이고 십 년이고
가만히 아무렇지도 않게 움직일 필요도 없는

나는 먼지가 되고 싶어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싶어요

송선미 시인의 <먼지가 되겠다>


대단하지 않는 내가 보잘 것 없다고 생각될 때가 많죠.
아등바등 사는 내가 참 한심하게 보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 것도 아닌 나를
무한히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통해
지금 이대로의 나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됩니다.

우리는 꼭 남에게 보이기 위해
무엇이든 되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나를 나보다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서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