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되면 가슴속에서 왕겨 부비는 소리가 난다
빈집에 오래 갇혀 있던 맷돌이 눈을 뜬다 외출하고 싶은 기미를 들킨다
먼 하늘에서 흰 귀때기들이 소의 눈망울을 핥듯 서나서나 내려온다
지팡이도 없이 12월의 나무들은
마을 옆에 지팡이처럼 서 있다
가난한 새들은 너무 높이 솟았다가
그대로 꽝꽝 얼어붙어 퍼런 별이 된다
12월이 되면 가슴속에서 왕겨 타는 소리가 나고
누구에게나 오래된 슬픔의 빈 솥 하나 있음을 안다
유강희 시인의 <12월>
12월에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빈 솥에
음식을 채우고 불을 지폈으면 합니다.
더 이상 마음이 헛헛해지지 않도록...
쓸쓸한 사람들이 온기를 보고 모여들 수 있도록...
또 가난한 새에게도 모이 한 점 던져줄 수 있는
그런 따뜻한 12월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