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을 빨아 널어두고
이틀 만에 걷었는데 걷다가 보니
아, 글쎄
웬 풀벌레인지 세상에
겨울 내내 지낼 자기 집을 양말 위에다
지어놓았지 뭡니까
참 생각 없는 벌레입니다
하기사 벌레가
양말 따위를 알 리가 없겠지요
양말이 뭔지 알았다 하더라도
워낙 집짓기가 급해서
이것저것 돌볼 틈이 없었겠지요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양말을 신으려고
무심코 벌레집을 떼어내려다가
작은 집 속에서 깊이 잠든
벌레의 겨울잠이 다칠까 염려되어
나는 내년 봄까지
그 양말을 벽에 고이 걸어두기로 했습니다
이동순 시인의 <양말>
나에게는 평범한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것이 될 수도 있겠죠.
어떤건 나에게 있을 때보다
다른 사람에게 있을 때 더 가치 있을 수도 있고 말이죠.
그렇다면 아쉽지만 흔쾌히 내주는 것도
인생을 따숩게하는 방법이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