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라는 반짝이는 이름보다
개똥벌레라는 구릿한 이름이 더 정답다
어릴 적 친구 중에
개똥벌레가 있었다
너무 가난하고 배고파서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개똥을
핥아먹었다던가
그 소문이 돌고부터
아이들은 그 애를
개똥벌레라고 불렀다
꽁지에 불을 달고 다니던 개똥벌레처럼
항상 눈에 눈물을 달고 다니던 그 애
청소시간이면 말없이 엎드려
걸레질을 하던 그 애
들녘에 벼이삭을 주우러 가면
얼마 줍지 못한 내게 벼이삭을
한 웅큼 쥐어주던 그 애
지금도 이 세상 어디에서 말없이 엎드려
걸레질을 하고 있을까
개똥벌레처럼 꽁지에 불을 달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불을 나누어 주고 있을까
보고 싶다, 개똥벌레야
이준관 시인의 <보고 싶다, 개똥벌레야>
이렇게 추운 날이면
어릴 적 친구가 많이 생각나죠.
가난하고 배고팠던 시절에도
우정만은 크고 넓었던 친구,
참 착하고 순했던 친구,
이름보다 별명이 더 익숙했던 그 시절 내 친구는
어디서 잘 지내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