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9 (목) 술(폐업)
저녁스케치
2021.09.09
조회 549

동네 식당 한 곳이
또 문을 닫았다
문 입구에 시 한 수가 적혀 있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여러분 모두 건강하세요”

식당 문에 붙은 폐업의 말은
염병 시대 최고의 애절함이 담긴
마음의 시

부디
서민들 문학이 넘쳐나지 않기를...
홀로 마시는 술병이 넘어져
널브러지지 않기를...

가람 시인의 <술(폐업)>


IMF때보다 더 힘들다는 아우성과
더는 물러설 곳조차 없다는 절박함.

하지만 지금의 시간이
실패를 뜻하는 건 아닐 거예요.

지나고 보면 인생이란 긴 여정의
한 순간일 뿐일 테니까,

그저 잠시 쉬어가는 거라고,
먼 길로 돌아가는 거라 여기며,

함께 이겨내는 그 날까지
서로 맞잡은 두 손 놓지 않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