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31 (토) 화장의 기술
저녁스케치
2020.11.02
조회 427
우울함을 커버하는 데는 물광 파운데이션이 좋아
립스틱은 빨개도 되고 누드 빛이어도 돼
립스틱과 같은 색깔의 볼 터치를 해주면 자신감이 생겼다는 거야
듬성거리는 눈썹은 꼼꼼하게 메꿔줘야 해
모난 성격을 다듬듯 공을 들여야 하지
네가 나를 닮아 이마가 납작하잖아
하이라이트로 음영을 줘봐
이마 위로 꿈이 흐르는 거 같지 않니
넌 아직은 모르지만
눈뿐만이 아니라 입꼬리도 처지더라
이건 화장으로도 포장이 안 돼
미소로 늘어진 용기를 당기는 거지
주름진 생각도 팽팽해지게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완성은 지우는 것이거든
길어진 마스카라는 솜과 면봉으로 두 번 닦아야 해
과잉된 것은 꼭 잔여물이 남으니까
종일 높여놓은 콧대는 리무버로 지우고
저녁이면 자기의 민낯을 바라봐야 하지 그래야
아침이면 극진하게 화장을 하거든
네 외할머니도 오랜 시간을 들여 화장하고 관에 들어가셨지
볼그족족한 볼 터치에 미소를 머금었던 거 기억나지?

문화영 시인의 <화장의 기술>


가끔은 기분전환을 위해 화장을 합니다.
우울함을 감추기 위해서
평소보다 밝은 립스틱을 바르고
안 하던 눈 화장을 하는 거죠.
생기 없는 얼굴에
색을 불어넣고 나면
조금은 자신감이 생깁니다.
화장은 때로 가면이 되고, 무기가 되고
보호막이 돼 주기도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