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면 마당으로 들어서는 길고양이가 있다
하루 일 마치고 퇴근한 가장처럼
대추나무 밑에 앉아 느긋한 얼굴로 식구들을 쳐다본다
호랑이 무늬 연한 갈빛이 곱기도 한 고양이
표정도 유순하고 귀여운 녀석
누군가는 먹이를 주면 절대로 안 된다고 하고
누군가는 먹이를 주면 친구도 될 수 있으리라 말한다
고기 냄새 풍기며 저녁을 차려 먹는 날이면
고양이가 야외 테이블 가까이 다가와 우리의 입 쳐다보기도 한다
기대하는 눈빛과 망설이는 눈빛이 마주치면
고양이는 몇 번씩이나 눈을 감았다가 뜬다
빈집일 때가 많은 하마실 하얀 집
내가 항상 이 집을 지키고 있어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한 간절한 눈빛
어쩌면 이 집은 오래도록 제집이었는지도 모른다
밤마다 길거리 생활에 지친 몸 누이며
적막한 집안에 온기를 들이는 고양이
큰 소리로 쫓아도 고양이는 쉬이 물러서지 않는다
녀석의 이름을 당글당글 여문, 대추라고 불러주어야겠다
함순례 시인의 <고양이 집사>
날씨가 많이 추워져서
길고양이들이 어디서 추위를 피하고 있으려나...
걱정하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은데요.
누군가는 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냐고 하지만
길고양이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이지요.
길 위를 떠도는 가여운 동물들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미워할 것까지는 없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