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우 속에 도마질 소리 꽉 들어찼다
배추꼬랑이 된장국 안에 달큰해졌다
어둔 부엌에서 어머니, 가마솥 뚜껑 열고 밥 푸신다
김이 어머니 몸 뭉게구름 둘렀다 우리는
올망졸망 둘러 앉아 한대접씩 차례를 기다린다
숟가락 한번 들었다 놓고 젓가락 줄 맞추고
크고 둥그런 상에서 가만히 기다린다
근데 오늘 저녁은 왜 이리 더디냐
현관 문 찰칵 열리며 찬바람 휘이익 들어오고
다녀왔습니다 외치며 아이가 따라 들어선다 그때
주방 김 말끔히 걷히자 거기, 아내가 구부정이 서서
등 보이며 압력솥 뚜껑을 열고 있다
이면우 시인의 <입동>
현관문 열고 들어오는 꽁지 따라
찬바람이 휘이익- 하고 따라드는 절기, 입동입니다.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고
두툼한 이불 속에서
귤 까먹는 재미가 있는 계절,
고향집의 뜨끈한 아랫목이 그리워지는 겨울이 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