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었네
미세먼지가 씻겨 간 오후
외투에 툭, 떨어진 햇살 한줌 물컹했네
잠시 병(病)을 내려놓고 걸어 다녔네
시청과 시립미술관이 까닭 없이 멀었네
정동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해 기우는 서촌에서 부스럼 같은 구름을 보았네
물고기는 허공이 집이라 바닥이 닿지 않는데
나는 바닥 말고는 기댈 곳 없었네
가파르게 바람이 불어왔네
내 몸으로 기우는 저녁이 쓸쓸했네
쓸쓸해서 오래 머물렀네
박성현 시인의 <저녁이 머물다>
청명하게 맑은 날,
햇살의 온기가 두텁다 싶으면
가까운 동네라도 걷게 되죠.
짧아진 해가 뉘엿뉘엿 지는 것을 보면
겨울이 왔다는 게, 세월이 가고 있다는 게 피부로 와 닿곤 하죠.
11월의 저녁은 왜 이렇게 쓸쓸한지...
어둠이 내린 거리를 터벅터벅 걸어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