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휴가 때마다
색이 바랜 나무대문에 페인트칠을 하셨다
나뭇결은 보이지 않았다
늦은 밤에도
길고 긴 골목 끝에 파란대문이 보였다
바닷가를 데려가지 못했던 아버지는
소금기 많은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을까
아버지의 골목길
아버지가 세상을 향해 힘차게 밟던
자전거 페달이 펄럭거린다
성냥을 확 그은 듯 감꽃이 터진다
세상의 바다가 몰려와 파란 대문에 기댄다
아버지 지도의 영역에 바닷물이 넘쳐난다
아버지 초승달로 떠서
우리 남매들 바라보고 있다
전명수 시인의 <초승달>
아버지라면 누구나
아이들에게 높고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을 겁니다.
가진 것은 많지 않아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세상을 선물해주셨던 우리들의 아버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