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아지 네 마리와 노는 게 낙이라면 낙입니다.
먹고 마시고 자고, 잠깨면 오줌똥 누고, 걷고 뛰고 넘어지고!
휴지와 걸레 들고 뒤를 따라다니며 닦고 치우고 손 씻고.
그렇게 겨울해가 갑니다.
노는 데도 노동의 대가가 따르는 법이지요.
한데 손에 물기 마를 날 없으니
이러다 주부습진 걸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개판일’ 거라고 지레짐작하진 마십시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새로울 거라는 확신을 ‘개들 세상’에서 예감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내가 강아지인지. 강아지가 나인지 분간이 안 가 그게 탈입니다.
약속대로 강아지 한 마리는 보내드릴 테니
어린 것들 놓고 저잣거리 좌판에서 물건 고르듯 흥정하진 마십시오.
예쁜 놈. 좋은 놈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은 아니더군요.
인연 값은 받지 않겠습니다. 결국 ‘개값’이 될 테니까요.
내게 온 좋은 인연을 누군가에게 새로 맺어주는 것 또한 보시가 아닐까요.
병들어도 절대 버리지 말 것.
내가 지어준 이름 보리菩提로 불러줄 것.
두 가지만 내게 약속해주십시오.
이명수 시인의 <강아지 분양받을 분에게>
버림받은 강아지들은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매일 그 자리에서 주인을 기다린다고 하죠.
그 작은 강아지가 보여준 무조건적인 사랑에
우리 인간도 보답을 할 수 있었으면...
절대 버리지 않겠다는 약속이
끝까지 지켜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