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13 (금) 하염없이
저녁스케치
2020.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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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염없이 걷다가
문득 하염이란 말이 궁금해졌다
가로등 아래 내려 쌓이는 불빛도 하염없는데
그 말은 어디서 왔을까

당신 곁에서 하염없이 울다가
우리는 왜 하염을 버려둔 채로 울어야 하는지
궁금했다 하염은 모래처럼 비좁고 분명한데
스며들 때마다 차갑고 서러운데

하염없이 울다가
칼바람이 모여드는 성난 골목과
높은 파도를 생각했다

나의 안식이란
하염없이 쏟아지는 부끄러움과 욕설뿐
바람이 짊어진 구름의 무게는
왜 한없이 투명한 걸까

왜 당신은 밤낮없이 눈을 감고 있었을까

하루에 두 번
간이역에 정차하는 낡은 버스처럼
하염없이 툴툴거렸다
그래서 하염이 궁금했다

박성현 시인의 <하염없이>


하염, 하릴, 느닷, 부질...
어떤 단어에서 비롯된 건지
어원이 짐작되지 않는 말들이 있는 것처럼

무엇 때문에 생겨났는지 모를
출처 없는 감정들 때문에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외로움, 쓸쓸함...
특별히 떠오르는 것도 없는데
왠지 그립고 아련해지는 마음...

나도 알 수 없는 내 마음이
하염없이 궁금해질 때가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