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사과는 내일 먹겠다고
사과 상자 안에서 썩은 사과를 먼저 골라 먹는다
가장 좋은 내일은 오지 않고
어리석게도
날마다 가장 나쁜 사과를 먹는다
가장 나쁜 사과를 먹고 나면 그 다음 나쁜 사과가
가장 나쁜 사과가 된다
어리석게도
가장 나쁜 선택은 나쁜 선택을 반복한다
오, 제발 이미 다 나빴으니 더 나쁠 게 없기를
나도 안다
가장 좋은 사과를 먼저 먹기 시작해야한다
가장 좋은 사과를 먹고 나면
그 다음 사과가 가장 좋은 사과가 된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사과 상자에서 가장 좋은 사과를 고르려 할 때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아픈 사과
검은 반점이 뒤덮인 사과
진물 흐르는 사과
다른 사과들에게 역병을 전염시킬 사과,
불임의 사과나무들 뽑혀나가고
일찌감치 사과밭 밖으로 추방당하고도
흰 사과꽃 솎아낼 철이 오면
사과나무 사이를 맨발로 춤추는 꿈을 꾼다
왜 이렇게 꽃은 이렇게 한꺼번에 많이 오는 것일까
투덜투덜 심지어 불평까지 하면서
가장 좋은 사과부터 먹는 습관을 가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어쩌다 날아다니는 사과탄에 한쪽 모퉁이가 먹힌
사람이 되었을까
최정란 시인의 <썩은 사과의 사람>
우리는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내일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미루면서 삽니다.
언젠가 꿈꾸었던 행복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줄도 모르고
‘나중’을 이야기 하죠.
생각보다 길지 않는 삶,
오늘 주어진 행복은 오늘 충분히 누려보면 좋겠어요.
지금 웃는 사람이 내일도 활짝 웃을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