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한 다섯 채 지어서 세놓을까
한 채는 앞마당 바람 생각가지 사이에, 한 채는 초여름
쥐똥나무 그 뿌리에, 다른 한 채는 저녁 주황베란다에,
또 한 채는 추운 목욕탕 모퉁이에 지어, 한 집은 잔물결구름에게
주고, 한 집은 분가한 일개미가족에게 주고, 또 한 집은 창을
기웃대는 개망초흰풀에게, 한 집은 연못가 안개새벽에게
그리고 한집은 혼자 사는 밤줄거미에게 주어,
처음에는 집세를 많이 받겠다고 하다가
다음에는 집세를 깎아주겠다고 하다가
결국은 그냥 살아만 달라고 하면서
거기 모여 사는 착한 이웃 옆에
나도 그렇게 세를 놓을까
정복여 시인의 <꿈꾸는 사업>
거실 한 쪽은 강아지에게 세를 놓고,
앞 베란다는 예쁜 화분들에게 세를 놓고,
저쪽 뒷마당은 붉은 노을에게 세를 주면서...
그렇게 다복하게 살면 행복은 절로 오겠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