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25 (목) 손톱을 깎는 것은
저녁스케치
2020.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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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에 앉아 손톱을 깎는다
부러 깊숙이 손톱을 깎는다
손톱을 깎는 것은
참, 사소한 일

튕겨나간 손톱을 하나 둘 주워
치마폭에 모아놓은 것도
참, 사소한 일

차례대로 오른쪽 엄지에서
외쪽 새끼손톱까지 다 깎는 동안

열 개의 손톱들이 치마폭에
다 모아지는 동안

손톱 아래 그 새살의 감촉이
간지럽게
손끝에 남아 있는 동안

둥그런 등짝 너머,
뜨거웠던 발은 천천히 식고
온종일 꽃잎을 다물고 있던
달맞이는 그새, 노란
말문을 트고

고영민 시인의 <손톱을 깎는 것은>


손톱을 깎고,
밥을 먹고, 씻고, 잠드는
사소한 일이 하루를 만들고
이런 평범한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되지요.
인생은 찰나의 모임이기에
인생의 어느 순간도
소중하지 않은 시간이 없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