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16 (토) 헐거워짐에 대하여
저녁스케치
2020.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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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다는 것은
단순히 폭과 길이가
같다는 걸 말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오늘 아침,
내 발 사이즈에 맞는
250미리 새 구두를 신었는데
하루종일 발이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어요, 맞지 않아요

맞는다는 것은 사이즈가 같음을 말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이제까지 신었던 신발은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어요

맞는다는 것은 어쩌면
조금 헐거워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서로 조금 헐거워지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편안해지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잘 맞는 게지요

이제, 나도 헐거워지고 싶어요
헌 신발처럼 낡음의 평화를 갖고 싶어요
발을 구부리면 함께 구부러지는
헐거운 신발이 되고 싶어요

박상천 시인의 <헐거워짐에 대하여>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 산다는 것은
빳빳했던 마음을 헐겁게 만드는 일과 같습니다.
이만큼 비켜주고, 이만큼 물러나며
조금씩 다른 부분을 잘 맞춰야
서로가 서로에게 편안한 사람이 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