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라는 말은
일 년 언제든지 있는 때
지나간 시간을 느닷없이 소환하는 때
작년과 재작년을 오늘로 불러놓고
어금니쯤에 고이는 신맛으로
얼굴을 찌푸리는 때
이맘때라는 말은
흰 구름 의자에 앉아
파랗게 익어가는 나뭇잎에 들뜨고
이빨 사이로 굴러다니는
빈 씨앗 같은 말들이
코끝을 시큰하게 하는 때
우리는 이맘때를 앞에 놓고
날리는 머리카락 쪽으로 웃고
떨어지는 열매 쪽으로 시무룩해진다.
비술나무 그늘 밑에서 손뼉을 치며
술래의 속눈썹으로 떨렸던 이맘때
이맘때라는 말이
저 맘과 그 맘 사이에서 편지를 쓴다.
느린 우체통 안에
마른 겨드랑이에서
몇 글자 꺼낸 즐거운 기억을
우리 맘대로 소환하여 되씹는 이맘때라는 말이
흐르는 구름 속에 가려지고 있다
김화연 시인의 <이맘때면>
‘그때가 딱 이맘때였지...’
시간에 갈피를 꽂아둔 것처럼
나를 과거의 한 페이지로 데려가는 풍경이 있습니다.
오늘을 작년, 재작년, 20년 전으로 만들어놓는 풍경...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울컥하며 바라보게 되는
각자의 이맘때가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