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레 죽어라 아프고 나니
내 몸이 한 일흔 살아 버린 것 같다
온몸이 텅텅 비어 있다
따뜻한 툇마루에 앉아 마당을 본다
아내가 한 평 남짓 꽃밭에 뿌려 둔 어린 깨꽃 풀잎새가 시궁창 곁에 잘못 떨어져, 무위無爲로, 생생生生하게 흔들린다
왜 저런 게 내 눈에 비쳤을까
나은 몸으로 다시 대하니 이렇게 다행하고
비로소 세상의 배후가 보이는 듯하다
황지우 시인의 <또 근황近況>
원래 크게 아프면
안 보이던 게 보이는지...
그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건강만 했으면 좋겠다 생각하게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