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벗고 찬물에 세수하다가
거울을 바라보면 거기
아버지가 와 계신다
그것도 늙은 아버지시다
웬 아버지?
정신 차려 다시 보면 그것은
다름 아닌 나의 얼굴
아버지를 피해
아버지 반대 방향으로
오래 많이 온 것 같은데
일생을 두고 내가 만들어낸 것은
또 하나 아버지의 얼굴뿐이었다.
나태주 시인의 <세수하다가>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것도 물려주고,
닮고 싶지 않은 것도 닮을 수밖에 없는 부모와 자식 사이.
세월이 갈수록
어머니 아버지를 닮아가는 나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들죠.
"핏줄이란... 어쩔 수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