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은 먼 데 사람들도 기쁘게 온다
가락이 투둑, 함부로 퍼진 그 한 그릇 먹자고
난전에 또 앉았다
등허리마다 간을 치듯 심심한 정이 그러니까
많이도 퍼져 덤이다
고만고만한 할머니들이 앉아 국수 가락처럼 맛난
사투리를 후루룩 주고받는다
입가가 볼록하도록 손가락으로 김치를 집어 먹는
그 위의 눈망울에는 주금 지나간다
한 할머니가 긴 가래떡을 서너 개 든 봉지를 불쑥
들이밀며 '아나, 이거 뜨실 때 묵어라'
흰 떡가래가 국수처럼 이맘 저 맘 잡고 늘어진다
설이 코앞이라 보따리들이 푸짐한,
그렇게 점심나절 잠깐 나왔다
몇십리는 돌아서 갈 길이 또 저물도록 멀다
정하해 시인의 <국수>
아버지 손잡고
오일장 가는 날이면
사람 구경, 물건 구경 실컷 하고
국수 한 그릇 얻어먹는 재미가 쏠쏠했죠.
집에 돌아오는 길이 멀어도
양손 무겁게 들린 봉지 덕분에 힘든 줄도 몰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