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13 (월) 하염없음에 대하여
저녁스케치
202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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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염없음은
바위가 쪼개지고 쪼개져 한 알 한 알 모래가 되어가는 것

모래밭을 드나든 파도의 뒤꿈치가 조금씩 닳아가는 것

날마다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하염없음으로

어느 날 뒷산이 언덕보다 낮아지고
무덤들이 이름을 지우고 평지로 돌아가고

저쪽 숲으로 날아간 새가 돌아오지 않는 것
둥지에 남은 기다림이 마르고 말라 흔적조차 없어지는 것

노숙자의 비닐봉지에 담겨
하염없이 도시를 떠도는 때 절은 기다림 같은 것

부치지 못한 편지 한 장이
서랍 속에서 낡아가는 것처럼

몸에서 빠져나간 것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그렇게,
하염없음은 하염없이 흘러가는 것

신재희 시인의 <하염없음에 대하여>


길고 긴 시간을 멍하니 보냅니다.
가슴 속에 시름은 가득한데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서
멍하니 한 곳만 바라보며, 눈물 흘리며,
하염없는 시간을 흘려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