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제 102동 304호 정원이의 스케줄을 모른다
동무가 와서, 정원아정원아 소리쳐 부르면
베란다에서 목을 길게 빼고,
“나, 오늘은 유치원 갔다가
외할머니네 가야 돼.
네 시쯤 올 거야, 그때 보자”
날마다 같은 시간에
온 동네가 알아들을 만큼 큰 목소리로
친구의 스케줄을 묻고
쟁, 쟁, 쟁…… 제 동선(動線)을 알리던
어린 동무들의 대화가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못내 궁금하다, 정원이와 친구의 행방이,
벌써 그립다, 막 내린 연속극 주인공들처럼
귓속을 환히 밝히던 실로폰 소리
정원아정원아
아침 햇살이 반듯이 펴질 때면
친구가 되어 외쳐 보고 싶은
정원아정원아
순례자들을 위해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는
바티칸의 교황처럼
시간 맞춰 나타나던 정원이와
정원이 친구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정원이의 스케줄을 모른다
윤제림 시인의 <정원이의 스케줄>
예전에는 골목골목이 애들 놀이터였죠.
말뚝 박기, 술래잡기 하면서
얼마나 떠들어대는지
온 동네 사람들이
쟤는 어디 살고, 학교는 어디 다니는지,
몇 시에 밥 먹으러 가는지도 다 알았죠.
딱히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동네 뛰어다니는 아이들 보기가 힘든 요즘,
그 많던 정원이들은 다들 어디서 놀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