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식 한 되.
그 반을 일컬어 가웃이라고 한다
정확한 양보다 살짝 웃도는 그 분량
그것은 저울의 마음이 아니고 눈금도 아니다
눈대중으로 통하는 양과 길이의 단위
그 말에는 엄마가 들어있다
반은 명확하지 않거나
늘 모자라는 말이다
사람에게 반은 존재하지 않음으로
이때 분별은 잊어도 좋다
그건 사후의 일이기도 해서 반은 과거일 때가 많다
알고 보면 참 외로운 단위
자주 외면 받는 반(半)에게 홀수는 없다
반에서는 덜어내는 일보다
채우는 일이 더 쉽다
단추들은 다 옷의 반
그 지점에 있다
지퍼들도,
반이 없으면 온전함이란 늘 풀린 앞섶 같을 것이다
가웃이라는 말
그 안에는 너무 가볍거나 무겁지 않은
인심 좋은 난전의 잡곡들이 있다
노수옥 시인의 <가웃>
물에 물병에 반 남아있으면
한 사람은 반이나 남았다고 생각하고
다른 한 사람은 반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는 얘기가 생각납니다.
다 채우지 못한 절반은
분명 누군가의 불평을 듣게되는 양이죠.
그렇지만 눈대중으로 어림잡은 가웃은 그렇지가 않네요.
한주먹이라도 덤이 있으면, 인심이 있으면,
절반에도 누구나 만족하게 되는 거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