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제가 태어나지 않은 것 같은 표정으로
몸이 생겼는지도 모르는 것 같은 눈으로
유모차에 앉아 있던 아기가
내 눈과 마주친다. 순간
아기가 다칠 뻔 같다
내 눈빛에서 뛰어나가는 이빨과 발톱을
어떻게 눈앞에 붙들어 매야 하나 난감이다
자신을 방어할 어떤 몸짓도 하지 않고
아기는 편한 자세로 앉아 있다
끊임없이 뭔가를 방어하고 있던 내 두려움도
아기 앞에서 다 들켜버렸다
꽉 쥐고 있던 주먹이 풀리고 관절이 연약해지며
내 안에서 조용히 무릎 꿇는 것이 있다
혀에 가득한 말들은 발음을 잃고
표정은 얼굴로 가서 입 벌리고 멍해진다
김기택 시인의 <아기 앞에서>
아기 앞에서는
미소가 터지고
경계심도 풀려버립니다.
의심의 여지없는 순수함 앞에서
모든 것은 무장해제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