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이 찢어진 고무장갑
아들이 입던 청바지와
딸의 스커트를 손빨래 한다
이 얼룩 한 점 어디서 묻혀 왔을까
조심스럽게 비벼도 남아 있는 얼룩
어쩌면 내게 말하지 못한 눈물 같다
나는 얼룩을 힘주어 비빈다
한때는 품에 쏙 들어오던 아이들
언제 이렇게 자랐나
이 옷을 빠져나간 다리와
이 옷을 빠져나간 몸처럼
언젠간 내 품을 빠져 나갈
아직은 품안의 내 아이들
얼룩진 바지와 스커트에
햇살을 듬뿍 묻힌다
바람에도 흔들리지 말라고
빨래집게 하나 물려준다
유애선 시인의 <손빨래>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엄마도 모르는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 시작하죠.
'언젠가 자식이
부모 곁을 떠난다고 하면
이런 마음이겠구나...'
훗날의 이별을 연습하며
엄마는 그저 아무 탈 없이
이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