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22 (수) 폭설
저녁스케치
202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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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폭설이 내려
집과 집으로 난
마을과 마을로 난
길을 지워버리는 것은
그리하여 너와 나를
오도 가도 못하게 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 그리 쉽게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일러주려 하심이다
그리하여 그리움의 전용도로인
하얀 길을 만들게 하려 하심이다
그리하여 눈이 녹을 때까지
밤새워 긴 편지를 쓰게 하려 하심이다
그리움의 자음과 모음이
맨발로 하얀 길을 가게 하려 하심이다

권석창 시인의 <폭설>


이따금 폭설을 내려
길을 지워버리는 것이
사람과 사람이 그리 쉽게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일러주려 하심이라면.

올해처럼 눈이 내리지 않는 이유는
세상 어딘가
꼭 만나야만 하는 인연이 있어서가 아닐지...

그리움의 발걸음 어서 재촉하라고
오늘도 하늘은 눈 대신 햇살을 내렸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