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쳐 주이소
구질구질 할 바에야 차라리
짧게,
축 늘어진 내 의식을 잘라버리렵니다
어느 것이건 길이만큼, 생각 또한 길어지기 일쑤여서
세팅으로 탄탄히 말아 올린다 해도 축 쳐지는
의욕,
머리칼도 이젠 꽤 지쳤나 봅니다
웨이브 하나 없는 삶,
꼿꼿이 서지 않아 화학약품에 의존하는 나이인지라
모든 것을 이젠, 짧은 쪽에서 바라보고 싶습니다
헝클린 생의 아득한 뒷부분까지도
커트를 하면 조금이나마 커버될 수 있을지,
확 쳐 주이소
잡념뿐만 아니라
소리 없이 드러눕는
게으른 내 의식조차도 시퍼런 그대 감각으로 확 쳐 주이소
반듯한 가르마 하나만 남기고......
박숙이 시인의 <커트를 하며>
상한 머리카락을 쳐내듯이
머릿속의 잡념을 비워봅니다.
비우고 나면 홀가분해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