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재수 없는 놈이 또 있을까
조퇴하고 당구 치고 있는데
담임 선생님도 당구 치러 오셨다
죽었구나 싶은데
담임 선생님이 뚜벅뚜벅 걸어오셔서 말씀하신다
-몇 치냐?
차마 250이라고는 말할 수 없어서 150이라고 거짓말했다
선생님은 한 게임 치자며 200을 놓으신다
그리고 한 말씀 더 하셨다
-내가 이기면 넌 당구장 다신 오면 안 돼
-제가 이기면요?
내가 물었더니
-그때는 니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음……
게임이 끝나고 선생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지금 생각해도 스리쿠션을 한 번에 뺀 거는 잘못한 일이다
그건 분명한 실수였다
박찬세 시인의 <결투>
승부가 정해진 결투였는데
선생님만 그 사실을 몰랐던 거 같네요.
그래도 학생을 바른 길로 이끌려는
선생님의 마음은 전달되지 않았까.. 싶은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