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이
많은 꽃들이 왔다 갔습니다
빗속에 묻어나는 치자꽃향기 같은 세월도
왔다 가고
아름답던 새소리도 곁에 앉았다 가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대도 서성이다 갔습니다
그새 많은 꽃들이 왔다 갔습니다
그 많던 꿈도 꽃을 따라 왔다 가고
그 많던 슬픔도 빗물에 쓸려 가고
아침마다 눈을 밝혀주던 풀꽃들도
마당을 서성이다 갔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세월은 흘러
바다로 가고
바람은 파도처럼 빈 나무 가지를 흔들고 있는데
마른 동백나무 곁가지에
그대가 묻어 두고 떠난 사랑이
피었습니다
류우림 시인의 <사랑>
사랑하는 사람은 떠났지만
마음은 여전히 그 자리입니다.
네 계절은 한 바퀴를 돌아
세월이 지났음을 말해주는데
사랑은 그때 그날처럼 선명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