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뜨는 곳으로 걸어갑니다
새의 발자국을 따라 걸어갑니다
누님 같은 소나무가 빙그레 웃는
새해의 아침이 밝아옵니다
맑은 연꽃대에 앉은 햇살 하나가
아무도 찾아가지 않는 당신의 창을 두드리고
아무도 닦아주지 않는 당신의 눈물을 닦아줍니다
사랑하는 일을 결코 두려워하지 말라고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다시 길을 가게 합니다
어두운 골목
무서운 쓰레기통 옆에 쭈그리고 앉아
이제 더 이상 당신 혼자 떨지 않게 합니다
쓸쓸히 세상을 산책하고 돌아와 신발을 벗고
이제 더 이상 당신 홀로 밥을 먹지 않게 합니다
밝음의 어둠과
깨끗함의 더러움과
배부름의 배고픔과
편안함의 괴로움을 스스로 알게 합니다
때로는 마음의 장독대 위에 함박눈으로 내려
당신을 낮춤으로써 더욱 낮아지게 하고
당신을 낮아지게 함으로써 더욱 고요하게 합니다
당신이 아직 잠과 죽음을 구분하지 못하고
나무와 숲을 구분하지 못하고
바람과 바람소리를 구분하지 못할지라도
새해의 맑은 햇살 하나가
돈을 낙엽처럼 보라고
밥을 적게 먹고 잠을 적게 자라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당신은
살아 있다고
정호승 시인의 <새해의 맑은 햇살하나가>
새해의 맑은 햇살이
찬 공기에 얼어붙은 사람들의
손등과 코끝에 살포시 내려앉습니다.
붉게 떠오른 새해의 태양은
어둠을 지나면 빛이 보일 거라고,
그 빛은 언제나 이렇게 따뜻할 거라고 얘기해주는 듯 합니다.